
몇 년 전, 이사를 하다 오래된 상자 하나를 열었다. 낡은 종이 앨범 속에는 흔들린 사진과 낯선 얼굴들,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도 있었다.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,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그때의 감정은 꽤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. 문제는, 그 많은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, 무엇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.
요즘은 모든 게 스마트폰 속에 있다. 찍기는 쉬워졌지만, 정리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. 사진첩을 열면 비슷한 사진이 수십 장씩 쌓여 있고, 특별했던 순간도 스크롤 몇 번이면 잊혀진다. 어느 날, 친구가 “작년 여행 사진 좀 보여줘”라고 했을 때, 나는 열심히 화면을 넘기다가 결국 못 찾고 말았다. 그때 알았다. 기록은 했지만, 기억할 수 없도록 저장하고 있었다는 것을.
그때부터 사진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. 날짜별로 폴더를 나누고, 중요한 건 별도로 따로 모아 두었다. 처음엔 귀찮았지만,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보람이 생겼다. 특히 ‘그날의 기분’이나 ‘함께한 사람’ 같은 메모를 붙이기 시작하니, 그냥 이미지였던 것들이 이야기가 됐다. 사진은 그냥 찍는 게 아니라, 되돌아보기 위한 준비였다는 걸 알게 된 셈이다.
그래서 포톨로지를 만들었다. 자동 분류, 태그 기능도 있지만,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‘감정 중심의 기록’이다. 예쁜 필터나 셀카 정리는 이미 넘쳐난다. 하지만 소중한 장면을, 왜 찍었는지까지 기억하게 도와주는 앱은 적다.
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랜다. 하지만 감정은, 그때 제대로 저장해두면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. 포톨로지는 그런 감정을 오래도록 꺼내볼 수 있게 도와주는 감성 도구다.
– 개발자 정다윤